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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2009/12/31 09:59




 금은 리얼 버라이어티 전성시대 

얼마전 SBS의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패밀리가 떴다>의 대본 유출로 한동안 인터넷이 뜨거웠습니다. 리얼을 표방하였으나 리얼이 아니었다는 시청자들의 분노였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리얼 버라이어티를 시청하고 있습니다. 방송3사에서 활동하는 소위 국민MC의 칭호를 받는 연예인은 모두 한프로씩의 리얼 버라이어티를 이끌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지금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전성시대인 것입니다. 연예인들이 떼거지로 나와서 자기네들끼리 떠들고 노는게 뭐 볼게 있냐고 하면서도 낄낄대는 자신들을 발견합니다. 그 속에는 만들어졌건, 연출되었건, 일면 리얼의 모습을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감독 개인의 인맥을 통하여 캐스팅된 6명의 여배우들의 하룻 저녁의 수다 또한 리얼 버라이어티의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이미숙은 <정사>와 <스캔들-조선남여상열지사>에서, 김민희는 <순애보>에서, 김옥빈은 <다세포소녀>에서 각각 이재용 감독과 작업을 하였고 이미숙을 통해 평소 윤여정, 고현정과도 알고 지냈던 사이라고 하니 인맥 캐스팅이 틀림없어 보입니다. 최지우만이 평소 감독과 교류가 없는 순수 캐스팅이었다고 합니다. 영화내내 고현정과 최지우 사이에 벌어지는 신경전은 어쩌면 이러한 인맥과 교류의 반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6명의 여배우가 패션잡지의 화보촬영을 위해 모입니다. 가장 먼저 도착한 대선배 윤여정은 자기가 누군가의 땜빵으로 캐스팅 된게 아닌가 노심초사합니다. 그리고 연말에 스케쥴이 없어 이렇게 빨리 온 것으로 비칠까봐 속이 상합니다.
 그래서 급히 고현정에게 빨리 오라고 전화를 합니다. 고현정은 밤새 <무릎팍 도사>촬영을 했노라고 합니다. 그러고는 금방 가겠다고 하지만 늑장을 부립니다. 그러나 사실 가장 먼저 촬영장에 도착한 여배우는 막내 김옥빈입니다. 감히 들어가지를 못하고 지하주차장에서 누가 오는지를 살피고 있었던 겁니다.
평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여배우들의 실명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 실제와 이야기의 경계는 서서히 무너집니다. 여배우 각각에게 카메라 한대를 배정하고 찍는 방식은 <무한도전>이나 <1박2일>에서 출연진에게 각각 달라붙어 연속적으로 찍은 후 편집하는 방식과 유사합니다. 끊임없이 카메라가 흔들리는 핸드헬드 방식은 편집점을 찾기 힘든 이러한 상황에서 앞장면과 뒷장면이 튀는 부분을 많이 상쇄시키고 있습니다.
 
 남자, 여자, 그리고 여배우...

심산의 <한국형 시나리오 쓰기>에는 영화배우에 대한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습니다.
영화배우들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이 있다. 남자배우는 허우대만 멀쩡하고 여자배우는 야시시할 뿐 머리통은 텅 비어 있다는 식의 선입견이다. 하지만 내가 충무로에서 만나본 배우들은 하나같이 스마트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들은 신중하게 작품을 고르고 캐릭터를 내면화하기 위하여 혼신의 힘을 쏟아부어 관객을 감동시킬 만한 영화를 만들어 내는 데 누구보다도 헌신적이다. 어떤 의미에서 그들이야 말로 진정한 예술가다.

저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영화배우들은 누구보다도 섬세하고 감정적이며 민감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특히 여배우들은 더욱 더 그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를 연기해 낸다는게 불가능할 것입니다. 이재용 감독은 이러한 섬세하고 감정적이며 민감한 여배우들이 자신의 이름으로 자기 얘기를 시작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흥미를 느낀 것같습니다.  정해진 대사도 없이 주어진 상황속에서 그녀들은 자신의 얘기를 조금씩, 슬쩍 슬쩍 하기 시작합니다.

여배우로서 나이들어 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이혼에 대한 사회의 차가운 시선들, 불확실한 미래와 불안한 꿈들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여배우들은 보석보다 아름답게 보입니다. 그녀들 또한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동질감도 느낍니다. 결국 도착하지 못한 보석때문에 화보촬영은 다른 날로 미루어졌지만 어쩌면 그 보석들은 이미 초저녁에 도착해서 반짝이고 있었던 6명의 여배우들, 바로 그녀들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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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몽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