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010/01/12 23:15



소설을 영화화한다는 것은 일면 독자의 상상을 하나의 틀 속에 가두는 작업일 것입니다. 소설에 묘사되는 이미지는 그 소설을 읽는 독자의 수만큼 많고 다양합니다. 그 수많은 이미지가 영화를 통해 하나의 이미지로 고착화된다는 것은 어쩌면 안타까운 일이 될테지요. 그렇기 때문에 소설 매니아들은 자기가 감명깊게 읽었던 소설이 영화화되는 것을 반대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수많은 영화작가들은 소설의 영화화를 꿈꾸고 시도했으며 찬사와 비난을 받아왔습니다. 그것은 어떤 욕망과도 같은 작업인 것 같습니다.
 
희망이라는 이름의 아이 
문명이 파괴된 세상, 남겨진 아버지와 아들, 굶주림과 추위 그리고 인간사냥꾼. 회색의 황량한 지구에는 이제 아무런 희망이 없는 듯 보입니다. 이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은 어떤 모습인지 영화는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인간을 잡아먹지 않고는 굶어 죽어야만 하는 상황에서 인간성은 이미 생명을 방해하는 거추장스러운 사치품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불을 운반하는 사람들이야"
아버지는 끊임없이 아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그는 아들을 통해서 희망을 봅니다. 신을 느낍니다. 또다시 이런 세상이 온다고 해도 이 세상을 택하겠다고 합니다. 바로 저 아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부성애의 양면성
<폭력의 역사>에서 평범한 가장과 잔혹한 킬러의 양면성을 보여 줬던 비고 모텐슨의 연기는 황폐화된 지구에서 아이를 지켜내야 하는 부성애의 극렬한 대비를 완벽하게 드러냅니다. 한편으로는 아이를 살려내기 위해 살인을 서슴치 않으며, 굶주린 사람의 옷을 벗기고 빼앗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아이에게 희망을 얘기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추억합니다. 이러한 양면성이야말로 문명이 파괴된 세상에 놓여진 인간 개개인의 딜레마일 것입니다. 그것은 가족주의의 한 단면으로 비쳐지기도 하겠지만 황량한 지구에서 그마저도 허용되지 않는다면 견뎌내기 힘들 것입니다.  그래서 감히 대답을 찾지 못하고 머뭇거리게 만듭니다.
"당신은 착한 사람인가요?"



끝없는 희망의 여정 
영화는 결국 희망의 여정(Road)에서 끝을 맺지만 그 희망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바다는 푸른색이냐고 묻는 아들에게 모르겠다고, 옛날에는 푸른색이었다고 말하는 아버지의 말은 담보되지 않은 희망에 대한 불안감입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영화가 끝나는 그 순간 저는 주체할 수 없는 눈물에 당혹스러웠습니다. 크레딧이 다 올라올 동안 일어설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계속 나오는 눈물을 닦아 내야만 했습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묻습니다. "가슴에 불씨가 있는가요?" 머뭇거리며 가슴에 손을 대봅니다. 팔딱이는 심장을 느낍니다. 그러나 대답이 말이 되어 나오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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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몽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