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009/12/23 19:57



영화미학은 언제나 과학의 발전에 많은 부분 의존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태동이 이미 카메라와 필름의 발명에 따른 것이니까요.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흑백영화에서 컬러영화로, 필름에서 디지털로 바뀌어 가는 영화 제작 환경은 그에 대응하는 예술가로서의 영화작가들에게 새로운 미학을 창조할 것을 독려합니다. 아마도 과학에 바탕한 영화미학의 실험에 심취한 당대의 영화작가로는 단연 로버트 저메키스를 꼽을 수 있겠지만 제임스 카메론 또한 아바타를 구상한지는 타이타닉을 제작하기 전부터였다고 하니 과학이 추동하는 예술에의 채찍이 가히 놀랍습니다.

아바타는 감독뿐만 아니라 관객에게도 선택의 짐을 지우더군요. 저 또한 극장의 티켓박스 앞에서 잠깐의 갈등을 했습니다. 2D냐, 3D냐. 그러나 과학이 추동한 영화미학을 경험하고픈, 아니 경험해야만 하는 의무감에 과감히 3D를 택했습니다.


처음에는 안경이 다소 불편했지만 눈이 적응해 가면서 입체영화가 보여주는 현실감이 경이롭기까지 하더군요. 왜 제임스 카메론이 이 영화를 3D로 찍을려고 고집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외계 생물의 아름다운 비행이 바로 손에 잡힐 듯이 다가 왔습니다.  각종 외계 생물을 현실로 보여주는 그 상상력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아바타에 대해 비난하는 글들 중에는 단순한 스토리라인에 대한 것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스토리의 단순함이야말로 아바타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 단순한 스토리라는게 바로 우리 인류가 저질러온 인간정복의 역사이기도 하니까요. 보편성의 획득입니다. 전세계 어느 극장에서 상영되더라도 누군가는 가해자의 죄책감을 느끼며, 또 누군가는 피해자의 분노를 삼키며 볼 수 있는 스토리...어떤 데쟈뷰를 겪는 느낌입니다.  



"인간은 자기가 가지지 못한 것을 다른 누군가가 가지고 있으면 그를 적으로 규정하고 뺏어버린다."

나비족의 자연과의 교류는 이미 우리 인간이 알고 있었으나 잃어버린 능력입니다. 그 잃어버린 능력을 대신하여 정복과 파괴의 능력만을 키워온 인류의 미래가 도리어 가슴아프게 다가왔습니다.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단 말인가요? 전투에서 패하고 판도라 행성을 떠나는 인간들의 모습은 영화의 끝이 아니라 더 커다란 재앙의 시작처럼 조마조마 했습니다. 지구로 돌아간 인간들이 더 가혹한 무기를 가지고 돌아올 게 뻔하니까요.



또 한가지 꼭 얘기해야 할 부분은 나비족의 섹시함입니다. 처음에는 왠지 징그러운 듯 느껴졌지만 나중에는 아름답기까지 하더군요. 유연한 몸놀림과 민첩성. 긴팔과 긴다리. 그리고 순수함과 열정까지 겸비한 나비족의 사랑스러움은 관객이 충분히 그리고 별다른 어려움없이 자신을 동일시할 수 있는 매력을 발산합니다.

 

"나는 당신을 봅니다"
 "나는 당신을 봅니다"
 


마지막 순간에 그들은 아바타를 통해서가 아니라 인간족과 나비족으로서 서로를 바라봅니다. 허상이 실재를 만나는 순간에 그들은 서로를 봅니다. 본다는 것은 타자에 대한 인식과 그 존재를 인정하는 행위일겁니다. 있으나 보지 못하는 이 거대한 눈먼 자들의 행성, 지구에서 진실을 보고 켜안을 수 있는 용기를 우리 인간족들은 배워야 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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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몽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