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다, 슬프다
- 그녀에게 보내는 그의 답장 -
- 그녀에게 보내는 그의 답장 -
오늘 아침, 출근길에 어린 까치 한 마리를 보았어. 까악 까악 울어대는 입속이 빠알간 어린 까치가 제법 영글은 날개를 파닥이며 플라타너스 가로수, 그 푸른 가지들 사이를 총총이 날아 다녔어. 그 때 내 이마에 배인 땀을 닦으며, 아! 여름이 왔구나. 이 여름에 난 아직 이 곳에 있구나. 생각했어.
그 날, 시골집으로 너를 만나러 간 그 날. 이미 삐걱거리는 마음의 틈새가 불안해서, 혹시나 그 틈이 틈이 아닌 쪼개짐이 되면 어쩌나 안달이 나버린 나를 너도 보았니? 너가 나를 놀란 토끼마냥 바라보다 황급히 뒷문으로 밀어내다시피 끌었을 때, 아니구나, 나는 아니었구나. 온전히 너에게 내가 서있을 수는 없구나, 생각했어.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그녀가 세상을 처음으로 배웠을 고향집에서, 그녀의 아버지에게서 황급히 밀쳐내졌을 때, 어쩌면 우리가 그토록 입에 담기 싫어 했던, 그러나 가슴 한 켠에 늘 또아리를 틀고 있던 불륜의 역겨운 냄새를 맡고 말았는지도... 그러나 뭐 어때. 그게 죄라면, 그래서 너와 함께 받아야 할 벌이라면 난 행복하다고 생각했어. 돌아오는 기차의 흔들림 속에서 너가 이렇게 흔들리다, 흔들리다 나에게 다시 올거라는 희망을 품었어.
어린 시절, 안방에서 들리던 부모님의 다툼이 무엇 때문인지 구체적인 언어로 들리기 시작했을 무렵에 난 아버지가 정말 싫었어. 또 두려웠어.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가벼운 바람에도 쉬 쓰러질 싸리울인거 같았어. 그 때 어머니는 밥을 짓다가도 넋을 놓아 밥을 태우기도 하고, 바느질을 하다가도 앞산으로 지는 노을을 바라보다 바늘로 손을 찌르곤 했어.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가락을 그냥 입으로 쪽쪽 빨고는 했어. 그런 날은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었어. 그러면 나는 괜히 씩씩한 척하고 방을 쿵쿵거리며 다니고 숙제를 열심히 했어.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 날들이 길어지고, 내가 누룽지를 먹는 날이 많아지던 어느 날 밤에 설잠을 자고 있던 나는 아버지의 웅얼웅얼 하는 소리에 잠에서 깼어. 아버지가 돌아왔구나. 나는 돌아 누운 채 그 웅얼거림에 귀를 세웠어
다 잊었어. 다 끝냈다고. 내 마음의 바람을 잠재웠다고. 그러니 당신도 다 잊어.
당신만 잊으면 , 당신만 끝나면, 내 마음의 생채기는 어쩌라고. 바늘로 손을 찔러 피가 뚝뚝 떨어져도 아프지 않을 만큼 깊은 내 마음의 생채기는 어쩌라고.
내가 다 보상하리다. 다 갚으리다.
그 날 난 참으로 편안한 잠을 잔 것같아. 이후로 아버지는 정말 다 보상하려는 듯, 다 갚으려는 듯 참으로 열심이었어. 그러나 깊은 밤 오줌이 마려워 화장실을 가다 마주 친, 마루 끝에 앉아 담배를 피는 아버지. 학교를 마치고 돌아 오는 길에 우연히 보게 된 축처진 어깨로 걷는 아버지. 일요일 오후 내내 등을 돌리고 벽을 바라보며 누어만 계시는 아버지. 너무 늦게 찾아온 바로 그, 순서도 없는 그 감정의 바람앞에서 힘겹게 싸웠는 지도 모를 아버지의 슬픔을 종종 보곤 했어. 아비지의 그 여자가 떠나갔다고, 아니면 떠나 보내졌다고 해서 어머니는, 그리고 나는 행복했었나?
오랜만에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어. 아버지, 당신은 행복하셨나요? 아니 행복까지는 아닐지라도 그럭저럭 견딜만 하셨나요? 어떻게 견디신건가요? 미친 듯이 궁금한 이 말을 하려고 했지만 차마 묻지 못하고 이번 주말에 내려갈께요. 어머니 산소에도 가구요. 네. 은선이도 많이 컸어요. 그러고는 끊었어.
이젠 완연한 여름이야. 우리의 계획대로라면 이 여름은 이 곳이 아닌 외국의 어느 거리에서 우리가 함께 하고 있어야 하는데, 도리어 서로를 잊기 위해 애를 쓰는데 이 여름을 보내야 하다니. 그래도 오늘 아침처럼 입속이 빠알간 까치가 까악 까악 울고, 눈이 부실만큼 하얀 햇살이 비추는 날엔 너를 잊지 않으려 애를 쓰고 싶어. 이렇게 아름다운 날에는 그 아름다움 만으로도 슬프니까 말이야. 내 사랑... 마지막으로 불러보는 말이 될지라도, 내 사랑...안녕.
그 날, 시골집으로 너를 만나러 간 그 날. 이미 삐걱거리는 마음의 틈새가 불안해서, 혹시나 그 틈이 틈이 아닌 쪼개짐이 되면 어쩌나 안달이 나버린 나를 너도 보았니? 너가 나를 놀란 토끼마냥 바라보다 황급히 뒷문으로 밀어내다시피 끌었을 때, 아니구나, 나는 아니었구나. 온전히 너에게 내가 서있을 수는 없구나, 생각했어.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그녀가 세상을 처음으로 배웠을 고향집에서, 그녀의 아버지에게서 황급히 밀쳐내졌을 때, 어쩌면 우리가 그토록 입에 담기 싫어 했던, 그러나 가슴 한 켠에 늘 또아리를 틀고 있던 불륜의 역겨운 냄새를 맡고 말았는지도... 그러나 뭐 어때. 그게 죄라면, 그래서 너와 함께 받아야 할 벌이라면 난 행복하다고 생각했어. 돌아오는 기차의 흔들림 속에서 너가 이렇게 흔들리다, 흔들리다 나에게 다시 올거라는 희망을 품었어.
어린 시절, 안방에서 들리던 부모님의 다툼이 무엇 때문인지 구체적인 언어로 들리기 시작했을 무렵에 난 아버지가 정말 싫었어. 또 두려웠어.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가벼운 바람에도 쉬 쓰러질 싸리울인거 같았어. 그 때 어머니는 밥을 짓다가도 넋을 놓아 밥을 태우기도 하고, 바느질을 하다가도 앞산으로 지는 노을을 바라보다 바늘로 손을 찌르곤 했어.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가락을 그냥 입으로 쪽쪽 빨고는 했어. 그런 날은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었어. 그러면 나는 괜히 씩씩한 척하고 방을 쿵쿵거리며 다니고 숙제를 열심히 했어.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 날들이 길어지고, 내가 누룽지를 먹는 날이 많아지던 어느 날 밤에 설잠을 자고 있던 나는 아버지의 웅얼웅얼 하는 소리에 잠에서 깼어. 아버지가 돌아왔구나. 나는 돌아 누운 채 그 웅얼거림에 귀를 세웠어
다 잊었어. 다 끝냈다고. 내 마음의 바람을 잠재웠다고. 그러니 당신도 다 잊어.
당신만 잊으면 , 당신만 끝나면, 내 마음의 생채기는 어쩌라고. 바늘로 손을 찔러 피가 뚝뚝 떨어져도 아프지 않을 만큼 깊은 내 마음의 생채기는 어쩌라고.
내가 다 보상하리다. 다 갚으리다.
그 날 난 참으로 편안한 잠을 잔 것같아. 이후로 아버지는 정말 다 보상하려는 듯, 다 갚으려는 듯 참으로 열심이었어. 그러나 깊은 밤 오줌이 마려워 화장실을 가다 마주 친, 마루 끝에 앉아 담배를 피는 아버지. 학교를 마치고 돌아 오는 길에 우연히 보게 된 축처진 어깨로 걷는 아버지. 일요일 오후 내내 등을 돌리고 벽을 바라보며 누어만 계시는 아버지. 너무 늦게 찾아온 바로 그, 순서도 없는 그 감정의 바람앞에서 힘겹게 싸웠는 지도 모를 아버지의 슬픔을 종종 보곤 했어. 아비지의 그 여자가 떠나갔다고, 아니면 떠나 보내졌다고 해서 어머니는, 그리고 나는 행복했었나?
오랜만에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어. 아버지, 당신은 행복하셨나요? 아니 행복까지는 아닐지라도 그럭저럭 견딜만 하셨나요? 어떻게 견디신건가요? 미친 듯이 궁금한 이 말을 하려고 했지만 차마 묻지 못하고 이번 주말에 내려갈께요. 어머니 산소에도 가구요. 네. 은선이도 많이 컸어요. 그러고는 끊었어.
이젠 완연한 여름이야. 우리의 계획대로라면 이 여름은 이 곳이 아닌 외국의 어느 거리에서 우리가 함께 하고 있어야 하는데, 도리어 서로를 잊기 위해 애를 쓰는데 이 여름을 보내야 하다니. 그래도 오늘 아침처럼 입속이 빠알간 까치가 까악 까악 울고, 눈이 부실만큼 하얀 햇살이 비추는 날엔 너를 잊지 않으려 애를 쓰고 싶어. 이렇게 아름다운 날에는 그 아름다움 만으로도 슬프니까 말이야. 내 사랑... 마지막으로 불러보는 말이 될지라도, 내 사랑...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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